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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s/Books

도서 : 드래곤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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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에는 어느 책을 읽어도 칭찬을 받았었습니다. 손에 잡히는 대로 책을 읽었었고, 대다수의 위인전부터 과학물, 그리고 스릴러, 추리물 등을 많이 즐겼습니다. 활자가 머리 속에서 그림을 그리는 듯한 기억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중고등학교를 다니면서 부터는, 소위 좋은 책과 나쁜 책이 생겼습니다. 학업에 도움이 되는 책은 좋은 책이고, 소설이나 대부분의 베스트셀러는 학생이 읽어도 도움이 되지 않는(?) 책으로 분류 되었습니다.

 

직장인이 되고 나니 이 분류는 더 심해진 듯 합니다. 시간관리, 자기계발, 업무서적 및 외국어 서적이 대부분이고, 그 외의 책들은 시간낭비이거나 차라리 읽지 않는게 낫다는 말도 들었습니다. 입사 후 자연스레 읽었던 책들이 잭웰치 Jack Welch 관련 책들이나, Good To Great 같은 기업 경영서, 혹은 담당하고 있는 인사 직무 관련 리더쉽, 코칭 등의 책이 대부분 이었습니다.

 

서점을 들러도 언제나 자기계발서 같은 책들이 주류가 되었고, 어느 샌가 독서가 직무개발 혹은 자기계발이란 명목으로 일의 일환으로 치환되었을 때에는, 독서는 괴로운 또 하나의 업무였을 뿐이었습니다. 그렇게 전 독서와 멀어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너무나 자극적이기만 하고 생각할 틈을 주지 않는 듯한 영화, 드라마 만을 보다가, 한참 전에 읽었던 책을 추천하면서 내용을 명확히 기억하고 있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넥플릭스의 자극적인 소재의 영화, 쇼 보다는 밝고 긍적적인 내용의 책을 읽으며, 마음의 여유를 찾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전에 읽었던 책이 상상외로 수준이 낮은 책이다 보니, 좋은 책을 읽고 싶다는 욕구도 생겼습니다. 

 

너무 진지한 책을 읽으면, 또 다시 독서에 흥미을 잃게 될까봐, 밤새워 읽었던 즐거운 책들을 기억해 냈습니다. 숨어서 읽었던 책이 '퇴마록'이었고, 그와 양대 산맥으로 학업에 도움이 안되는 책으로 분류되었던 '드래곤라자'를 이제서야 접하게 되었습니다. 

 

 

< 스포일러 주의 >

 

헬던트라는 마을의 초장이 후치가 드래곤의 공격으로 위기에 빠진 마을을 구하기 위해, 다른 이들과 함께 왕이 있는 수도로 여행을 떠나게 되고, 다양한 사람 (및 종족)을 만나며 고난을 이겨내고 결국 마을을 구해내는 환타지 모험 소설 입니다. 제목에서 보듯 당연하게 드래곤이 나오고, 마법사, 엘프 뿐 아니라 오크, 드워프, 페어리, 흡혈귀 등 다양한 종족이 등장하며, 신기한 마법, 저주, 무기 등이 쉴새없이 소개 됩니다. 하나의 챕터마다 신기한 개념의 호수, 숲, 다차원의 공간 등 다양한 상상의 공간 또한 신기한 소재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 책이 영리한 것은, 단지 신기한 종족이나 장소를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1인칭 주인공의 입장에서 독자와 함께 고민을 하고 선문답을 통해 마치 직접 수많은 다양성을 이해할 수 있는 즐거움을 느끼게 해주는 것입니다. 

 

조화로운 상황에서 모든 것을 바라보는 엘프에게, 상대를 존중하면서 상대를 생각하고 바라는 것 없이 도움을 주는 친구의 의미를 설명하는 장면, 순수한 페어리에게 다양한 성향을 지닌 인간의 사랑을 알려주는 마법사, 실용적이기만한 드워프에게 문학에 대한 필요성에 대해 논의하는 장면, 절대적인 존재인 드래곤로드에게 인간이 문화를 형성하고 큰 단체로서 지속하고 있는 것에 대한 대화, 자아가 분할되어 상대에게 잊혀지면 본인도 사라지게 되는 숲에서 망각에 대한 선문답까지...

 

수많은 철학 관련 이야기에서 들었던 관념들이 소설의 전반적인 대화 내용에 녹아 있는 듯 했습니다. 이러한 대화나 이야기가 개성있는 등장인물들과 함께 다양한 장소에서 급박하게 돌아가는 모험의 긴장감과 잘 어울러져 전혀 지루하지

않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철학적 사색을 하게 하는 점 뿐 아니라, 이영도 작가의 무서운 능력은, 상세하면서도 지루하지 않는 배경 설명, 등장인물 묘사 등을 통해 내용을 상상하도록 자극하는 것에 있다고 생각 합니다. 실제로 책을 읽으면서 다양한 철학적 관념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고, 묘사되는 신기한 내용들을 머리속에 그리다 보니, 뇌에 자극을 주는 듯한 신선한 기분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모 작가 말처럼 굳이 인문서적학을 읽지 않아도 뇌가 열리는 듯한 느낌?)

 

등장인물들의 과거가 얽히고 섥히면서, 같은 사건이 다른 관점으로 해석되기도 하고, 결국 각 등장인물들의 사연에 더 깊이 동화되어 이야기에 더 몰두하게 됩니다. 맹목적인 복수에 불타는 등장인물의 사연이 기구해지고, 이기적인 사랑을 받아주는 그 연인의 모습이 이해되는 시점에서는 이미 소설 속에 빠져 감성적으로 변해버린 모습을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그 치밀한 설정에 혀를 내두르게 됩니다. 

 

무엇보다, 많은 남성분들에게 읽혀진 판타지 소설이다 보니 다양한 곳에서 패러디가 사용되는 것을 이제서야 보게 된 것이 또다른 즐거움 입니다. 명대사로 나오는 '나는 단수가 아니다' 라는 말이 참 좋으면서도 다양한 생각을 하게 해주는 것또한 즐겁습니다. 독서하는 즐거움 뿐 아니라, 판타지 소설에 대한 새로운 즐거움도 선사해준 드래곤라자 덕분에, 더 다양한 책을 읽고픈 동기가 생겨 아주 기쁩니다. 

 

기존 12권, 개정판 두꺼운 8권의 책이고, 단숨에 읽지 않으면 너무나 많은 등장인물과 설정 덕에 혼란에 빠질 수도 있지만, 오랜만에 꾸준히 책을 읽은 즐거움을 선사해준 멋진 소설 입니다.

 

책을 읽은 시간은 평일 1~2시간, 주말 3~4시간 정도로 해서, 약 3주 정도 시간이 걸렸습니다. 덕분에 서울 국립 도서관의 통합시스템도 이용하고, 앞으로도 무료로 다양한 책을 읽을 기회가 생겨 기분이 좋습니다. 무엇보다, 티비를 보고 난 후에 느끼게 되는 허무함이나 시간 낭비 같다는 생각 보다는 독서를 했다는 뿌듯함도 가지게 되어 앞으로도 꾸준히 독서를 하게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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