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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s/Books

도서 : 노르웨이의 숲 - 상실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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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추리 소설에 더 빠져있던 시기이다 보니, 뭔가 필독서처럼 여겨지던 무라카미 하루키의 '노르웨이의 숲'을 이제야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많이 들어보기만 하고, 유행처럼 읽는 책이라 여겼던지라 아무런 배경지식 없이 읽기 시작 했는데, 개성있는 캐릭터와 미스테리한 관계들이 강한 흡인력으로 저를 끌어 당겼습니다.

저는 왼쪽 표지가 더 익숙하긴 하네요..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노르웨이 숲) 은 1인칭 주인공 와타나베의 시선을 따라가며, 어쩐지 현실과 비껴나 있는 인물들과의 만남을 통해 서늘하면서도 묘한 흡인력을 만들어 냅니다. 말수가 적고 냉소적인 와타나베는 언제나 주변과 어울리지 못하는 인상인데, 그 때문에 더 이상하고 독특한 사람들과 연결되며 그들의 속마음이 드러나는 과정을 조용히, 그리고 깊이 있게 관찰 합니다. 

 

읽다 보면 대화는 종종 구어체로 흘러가지만 그 안엔 선문답처럼 모호한 질문과 대답이 반복되지만, 적절히 구어체와 조화되어 이야기는 지루하지 않습니다. 모든 인물이 자기 진심을 숨긴 채 겉도는 이야기만 이어가는 듯한 분위기, 혹은 경험해 보지도 못하고 미디어를 통해서만 배운, 어쩐지 ‘일본 특유의 감성’처럼 느껴지는 그 미묘한 회피와 차가움이 오히려 소설을 더 매력적으로 만드는 듯 합니다. 

 


무너진 사람들, 염세를 품은 세계

등장인물들은 하나같이 어디선가 부서져 있습니다. 특히 나오코 주변엔 더 심각한 상처들이 가득합니다. 나오코의 언니는 이미 스스로 생을 마쳤고, 레이코 역시 과거의 붕괴를 끌어안은 채 살아가는 인물이며, 우울증의 여러 형태와 케이스가 존중을 잃지 않으면서도 적나라하게 드러납니다.

 

와타나베 본인도 세상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살아가며 정이 들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본능과 무기력 사이를 방황하며 성적인 이야기나 관계 속으로 빠져드는 모습도 자주 보입니다. 서로의 상처를 어루만지는 것 같다가도, 어느 순간엔 각자의 절망을 끌어안고 더 아래로 가라앉는 듯한 위태로움이 감돕니다. 마치 죽음의 경계선에서 서로를 의지하여 겨우 버티고 있는 듯...

 

실제로 와타나베, 나오코, 그리고 미도리 사이의 감정은 늘 팽팽하게 당겨진 고무줄 같아 보입니다. 자신에게 집중되고, 남에게 인정받으려는 욕구가 없는 듯 비춰지지만, 오히려 그런 태도로 또 다른 이에게 상처를 주고, 그걸 깨닫지 못하는 모습에, 사회적으로 고립된 주인공의 외로움이 배가되는 듯 합니다. 이게 상실감인건가. 친구의 죽음이 트라우마로 남아, 그리고 그 친구의 여친이 무언가 삶의 족쇄로 남아 와타나베를 괴롭힙니다. 너무 가혹합니다. 느슨하게 흐르던 삶이 갑자기 상실과 긴장으로 조여지는 듯한 흐름이 계속 이어집니다. 


상실의 무게, 그리고 죽음의 그림자

작품 내내 죽음은 큰 주제로 반복됩니다. 와타나베는 친구의 죽음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고, 그 친구의 연인이었던 나오코와의 인연은 죄책감과 애정 사이를 흔들리게 합니다. 어쩌면 이 모든 것이 와타나베가 감당해야 하는 ‘상실감의 총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던 중 갑작스러운 나오코의 죽음. 준비되지 않은 채 맞닥뜨리는 상실은 또 다른 큰 충격이었습니다 작품은 죽음을 두려워하면서도, 동시에 죽음을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바라보려는 냉소적 태도를 함께 보여줍니다. 삶과 죽음 사이에서 길을 잃은 인물들의 흔들림이 너무도 처절할 정도 입니다. 

 

죽음을 공유한 사람들끼리만 느낄 수 있는 묘한 교감. 계절이 지나갈 때마다 ‘나’와 죽은 자의 거리는 점점 멀어져가는 아이러니. 남겨진 사람들은 서로에게 기대어 그 빈자리를 메우려 하지만, 결국 빈자리는 그대로 남아 끝내 상실감은 더욱 짙어지는 듯 합니다.


 왜 한국 제목은 '상실의 시대'일까

원제인 노르웨이 숲 은 분명 비틀즈 음악을 알거나 감성적으로 받아들이는 독자라면 여운이 남을지도 모르겠지만, 전 음악을 몰라서 상실의 시대 라는 제목이 훨씬 더 직관적으로 와닿습니다. (하루키는 이 제목을 싫어했다 하더군요...) 죽음, 상처, 불안, 그리고 이어지는 상실의 반복. 이 세계를 살아가는 인물들 모두가 잃어버린 무언가를 품고 있기에, 어쩌면 한국 제목이 더 직설적인 번역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문학적으로는 작가의 의도에 반하는 걸 수도 있겠지요)


이 소설은 단순히 청춘의 이야기로만 남기엔 너무 서늘하고, 너무 진솔하며, 너무 인간적 입니다. 부서진 사람들이 서로에게 기대어 잠시 버티는 순간들, 그 사이에서 와타나베가 느끼는 상실과 고독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습니다. 소설이 오래도록 사랑받은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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