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올 김용옥 선생님의 역사 강의 보고 나서 바로 읽기 시작한 책 입니다.
책을 읽을 때에는 정보나 서평을 가급적 찾아보지 않고 바로 읽어 보는 편입니다. 그래야 편견없이 작가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 책 또한, 위안부 할머니의 이야기라는 정도의 정보만 알고 읽기 시작 했습니다.
그간 위안부 할머니들이 한 분씩 돌아가시고 계신다는 뉴스로만 내용을 접했었고, 소녀상 철거를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분노하면서 정작 정황을 다 알아보지는 못했다는 반성과 함께 책을 펼쳤습니다.
이 이야기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의 과거 기억을 그림과 독백으로 구성하여, 그 어처구니 없는 시대상과 잔혹함을 담담하게 전달하는 듯 합니다. 두꺼운 붓으로 휙휙 그려 낸 그림체는 왠지 그 당시의 기억을 자연스럽게 재현한 듯한 착각마저 듭니다.
간간히 나오는 큰 그림들은 할머니의 독백에 들어가는 도입부나, 기억의 한 자락을 표현한듯 합니다.
뭐 하나 자극적인 표현을 사용하진 않았습니다. 아니, 사실만 전달하는데도 충분히 자극적이었습니다. 오히려 모든 것을 겪고 여전히 그 고통을 벗어나지 못한 듯한 할머니의 억눌린 감정이 표현된 듯 하여,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전쟁으로 인해, 가난으로 인해 어려웠던 삶은 그렇다 할지라도, 할머니가 기억하는 일본의 잔혹함은 정말 치를 떨게 만듭니다. 백주대낮 길을 걷다가 납치되어 돌아갈 수도 없을 정도로 먼 거리의 철조망에 사람을 가두고, 하루 종일 일을 시키면서 밥이랍시고 하루 찐빵 하나만 준다는게, 그리고 그렇게 납치된 소녀들을 거래해서 성매매를 시킨다는 것이, 전쟁의 무서움을 일깨워주는듯 합니다.
무거운 내용의 책이지만, 만화로 그려낸 것은 많은 분들에게 이 사실을 전달하기 위한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생각 합니다. 글로만 읽을 때는 오히려 더 부담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작가가 할머니와 대화 중간에, 함께 나무 풍경을 바라보는 듯한 장면을 묘사 했습니다.
사실을 알고 전달하겠다는 사명으로 오히려, 피해자의 괴로운 기억을 들추게 하는 것이 맞는 것인가, 더한 고통을 주는 것이 아닌가 하는 작가의 고뇌와 진실을 알리기 위해 아픔을 억누르며 전달하는 이옥선 할머니의 먹먹함이 전달되는 듯 합니다.
풀이라는 제목은, 작가가 할머니의 입장에서 정말 많은 고민을 했을 듯 합니다.
간혹 들었던 '꺽인 꽃' 등의 표현은, 할머니들의 의지와 상관없이 당했다는 피동적인 입장만을 가혹하게 표현한 것이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반면, '풀'은 평범하지만 어디에서나 올곧게 자라나고 싶었던 할머니의 마음이 묻어난 것 같다 할까요?
그리고, 진실을 전하고 싶다는 강한 의지 또한 전달된듯 합니다.
올바른 역사관을 세우기 위해 반드시 일독이 필요한 중요한 책이라 생각 합니다.
왜 소녀상의 설치와 철거로 사람들이 대립하는지, 그 이유에 대해 궁금하거나 위안부 피해자의 입장에 대해, 어떤 일이 있었는지 대해 알고 싶은 분들에게 권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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