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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s/Movies Shows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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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생활에서 생각할 수 있는 환타지가 있다면 이런 이야기일까. 

 

항상 복잡한 연애, 가족간 갈등, 서로에 대한 질투, 돈과 명예 등 자극적인 요소로만 점철되던 한국 드라마를 안 본지 꽤 된 저에게 다시 우리 네의 감성(?)을 느끼게 해준, '슬기로운 의사생활'. 

 

매주 기다리는 것에 익숙하지 않아서 넥플릭스에 나왔을 때 싹 몰아 보려 했는데, 2편 씩 보다 보니 금방 다 보는 게 아쉬워 오히려 한 편씩 아껴보며(?) 그 애틋함을 간직하고 싶었던 그 드라마!!

 

다 봤음에도 또 보고 싶다고 느꼈던 한국 드라마는 거의 처음이 아닌가 싶습니다.

(응답하라 시리즈는 너무 오글거렸고, 비밀의 숲이나 시그널은 아무래도 내용을 다 아니 긴장감이 감소 되는 것도 있고, 좀 텐션이 높은 이야기이다 보니, 다시 볼 마음은 안생기던군요.)

 

없을 듯한 특별한 의사 친구들과 있을 법한 병원에서의 부러운 우정, 사랑, 그리고 우리네 일상

 

이렇게 이야기 하고 싶네요. 

항상 미드만 보다가, 한국 드라마를 보고 추천하는 이유를 한 번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출처 나무위키 https://namu.wiki/w/%ED%8C%8C%EC%9D%BC:%EC%8A%AC%EC%9D%982.png

 

1. 배경 설정과 캐릭터 설정의 조화

 

삶이 시작되고, 끝나는 곳. 배경만으로 모든 이들의 극단적인 감정이 드러나고 환희와 슬픔이 교차되는 곳. 

많은 사람에게는 막연히 두려움의 장소이지만, 그렇다고 삶에서 빠질 수 없는 그 곳. 

 

병원이라는 소재는 전문적이기도 하거니와 위와 같은 이유로 드라마의 단골 소재가 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전 개인적으로, 범죄 스릴러나 액션 등의 긴장감은 즐기지만, 슬픔과 죽음이 연계되는 병원의 긴장감은 전혀 익숙해지지 않더군요. 그래서 그 유명하던 병원 드라마 명작들도 다 안 봤었는데...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그러한 극한 설정을 최소화 하고, 각 캐릭터들의 관계에 더 중점을 맞춘 듯 합니다. 

 

꼭 매 에피소드 마다 눈물샘을 자극하는 장면들이 나오지만, 다른 이야기 속에서 감정선을 툭 건드려주듯 극적 요소로만 사용하고, 그 요소들을 오히려 각 캐릭터들이 어떻게 이겨내고 해결하는지 잘 사용 합니다. 

 

각 사건들에 대해 5명의 캐릭터들이 어떻게 대응을 하고, 판단하는 순간, 그 결정을 전달하고, 주변 인물들에게 어떻게 설명하는지 주변인의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극적인 상황을 '슬기롭게' 해쳐 나가는 캐릭터를 보면서 위안을 얻을 수 있었고, 스토리 또한 담백하게 풀어내면서 각 캐릭터들의 매력에 흠뻑 빠질 수 있었습니다. 

 

 

2. 환타지와 현실 경계의 어느 지점

 

다섯 명의 캐릭터가 40대의 나이에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고 있고, 명성도 얻고 있으며, 주변인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는 그런 캐릭터들. 그리고 그 캐릭터들끼리 오래도록 서로의 매력을 발산하며 유지하는 아름다운 우정. 세상 저런 의사들이 어디 있어, 하면서도, 왠지 대재벌의 아들 실장님 보다는 현실감 있고, 왠지 주변에 한 두명 씩 있는 똑똑한 친구들 중 하나일 것 같은 그런 캐릭터들을 잘 그려냅니다. 

 

그리고, 대학부터 이어져온 우정. 현재의 30~40대는 대학을 많이 다녔고, 그래도 풍요로운 시기에 캠퍼스의 낭만을 잘 즐긴 세대기에, 그러한 세대가 가질 법한 진득한 우정에 많이 공감하게 된 것 같습니다. (저도 주인공들과 유사(?) 학번입니다...)

 

"5명이 대학교 부터 그리 친할리 없어, 5명이 다 그리 한 병원에서 잘 나가는 의사가 된다니? 그리고 그렇게 오래도록 우정을 유지한다고? 매력적인 여주인공 1명과 그 누구도 아무런 감정이 없었다고?"

그렇게 생겨나는 의문 조차 드라마 속에 잘 녹여 이야기를 이어 갑니다.

 

이상적인 캐릭터들의 이상적인 이야기 이지만, 현실적인 사건들로 이야기 연계성에 힘을 불어 넣고, 각 캐릭터들의 개성을 잘 살리면서 드라마의 구성이 한층 짜임세 있게 형성 되었습니다. 가령, 잘나가는 의사지만 아들을 홀로 키우는 워킹대디라던지, 직업병으로 인한 디스크 고질병, 아버지의 외도, 종교적 고민 등, 환타지 이지만, 왠지 어디엔가 있을 것 같은 그런 상황과 그런 주인공들, 혹은 왠지 만나고 싶어지는 마음이 들게 되는 그런 의사들, 간호사들이 드라마를 더 즐겁게 볼 수 있었던 요소들 이었습니다. 

 

 

3. 당신의 가장 애틋했던 기억들

 

사실 이건 응답하라 시리즈의 성인판(?) 이라 생각 합니다. 다만 응답하라가 과거 이야기에 중점을 맞추고, 과거 부터 발전된 현 시점의 사랑 관계에 대해 초점을 맞췄다면, 슬의생은 현재의 시점에서 일어난 이야기를 과거의 추억과 함께 설명하고 이해하는 것에 초점을 맞춥니다. 그러다 보니, 과거 회상 부분은 잠깐씩 나옴에도 긴 시간의 무게에 대해 느끼게 해주고, 단편으로 나오는 기억들은 시청자 각자의 애틋했던 기억을 함께 소환하는 듯 합니다. 

 

응답하라의 같은 연출자인 신원호 PD 의 작품이기에, 각 에피소드의 이야기 흐름이나 개그 코드가 잔잔하면서도 적절하게 배치가 되어 있습니다. 각 시대에 맞는 소품들과 유행 했던 소재들, 상황들을 영리하게 배치하고, 그 소재들을 당시의 유명한 노래와 가사들로 잘 배합합니다. 

 

가요순위 1위를 했다기 보다는, 오래도록 다양한 곳에서 적절히 사용됬던 노래들. 특히나 노래방에서 고백송? 분위기 잡는 노래들로 많이 불린 노래들. 쿨의 아로하는 워낙 많이 리메이크 된 곳이기도 하지만, 이승환의 화려하지 않은 고백이나, 신효범의 사랑하게 될 줄 알았어, 등 태초에 가사가 워낙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곡들이 짧은 추억 회상에 긴 여운을 남겨 줍니다. 

 

 

4. 악인이 없는, 편안한 이야기

 

일부러가 아닌 이상 누가 악인이 되려 할까. 명예, 부, 야망이 얽혀 갈등이 생기고, 시기와 질투가 만연한 이야기들 속에서 슬의생은 어쩌면 자극을 원하는 시청자에겐 지루한 이야기일 수도 있습니다. 

 

병원 확장이나 의사 실적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는 이사장, 의사들을 닥달하지 않고 점잖게 대화하는 병원장, 상위 직급에 대해 욕심 없는 의사, 서로 도와주고 말없이 챙겨주는 간호사, 하나같이 애틋한 사연이 있는 환자들까지. 이기적인 면을 보여주는 부분은 후에 왜 그런 식으로 행동할 수 밖에 없는지 설명을 해주며 감정을 폭발 시킵니다. 농아인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이기심이랄지, 주의 시선 때문에 눈물을 눌러 담는 어린 엄마의 모습 등은 참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악인이라고 묘사할 인물이 소수 있기는 하지만, 그 인물들은 오히려 욕심없고 악의없는 주인공 캐릭터들을 부각시키고, 약간은 있을법한 배경 인물로서 간단하게 언급 됩니다. 그나마도 일이 잘 풀리지 않는 에피소드를 보여주어 시청자에게 잔잔한 (쾌감조차 잔잔..) 권선징악의 원리를 깨우쳐 줍니다. 

 

그러다 보니, 전반적으로 이야기가 참 편안합니다. 여름 저녁 밤 시원한 바람을 맞이하듯 잔잔한 코믹 요소와 함께 궁금했던 (성공한!) 의사들의 일상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5. 캐릭터와 배우와의 싱크로율! 그리고 신선한 얼굴들!

 

신원호 PD가 이익준 역할은 조정석 밖에 없다면서 끈질기게 캐스팅을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유연석의 경우 이전 응답하라 시리즈의 인연으로 출연하게 되었으며, 많이 알려진 바와 같이 조정석과 유연석의 추천으로 전미도가 채송화 역으로 캐스팅이 됩니다. 약간은 엉뚱하면서도 천재같은 이익준이나, 한없이 선한 안정원, 그리고 엄마같이 따뜻하면서도 모든 것을 다 포용하는 듯한 채송화의 캐릭터는, 기존의 혹은 신선한 배우들이 각자의 개성으로 최고의 연기를 보여 줍니다. 

 

전미도와 마찬가지로, 드라마에는 잘 나오지 않는 배우들이 많다 보니, 오히려 배우의 실제 이름 보다는 맡은 배역의 이름이 더 맞는 듯한 착각을 일으킵니다. 이익순 역의 곽선영씨랄지, 용석민 역의 문태유씨 등은 뮤지컬 배우로서 왠지 모를 노래 실력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게 하고, 장겨울 역의 신현빈 씨, 추민하 역의 안은진 씨는 눈에 띄는 조연으로서 즐거운 장면을 많이 보여 줍니다. 

 


 

또 봐도 재미있겠다고 생각한 드라마는 정말 오랜만인 것 같습니다. 

 

사실, 응답하라 시리즈도, 1997과 1994는 재미있게 보긴 했지만, 알게 모르게 서로 악바리처럼 소리지르고 잔소리하는 장면이 많아 편하진 않았었고, 1988 경우는 소리 지르는 장면이 너무 많아 아예 포기를 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전문적인 현재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과거 회상은 최소한의 요소로 사용한 이 드라마가 제 성향에 더 맞았던 것 같습니다. 

 

자극적이 소재에 지치셨다면, 드라마를 보면서 왠지 스트레스를 더 받는 느낌이 많았다면,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한 번 시작해 보시길 추천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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