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 계룡선녀전

다양한 웹툰을 보지만, 그 와중에 제일 덜 읽게 되는 것은 아무래도 로맨스물인 것 같습니다. 

자극적인 주제와 가벼운 코믹, 학원물 등 기분전환을 위해 읽게 되는 다양한 장르가 있지만, 아무래도 연애 관련 주제는 고구마를 먹은 듯한 답답함이 많이 연출 되기도 하고, 뻘쭘할 정도로 슬픔을 강요하는 듯한 느낌이 있어서 그런 듯 합니다. (물론 이건 개인적인 의견 입니다)

 

계룡선녀전을 읽게 된 것은, 우연히 보게 된 돌배 작가의 이전작, '샌프란시스코 화랑관'이란 작품이 너무 기억에 남았기 때문입니다. 멜로를 선호하지 않음에도, 굳이 웹툰 추천에 이 작품을 쓰게 된 것은, 그림체나 이야기 장르로 인해 지나치기엔 너무나 훌륭한 작품이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위와 같은 이유로 티비 드라마는 잘 안보다 보니, 이 웹툰이 드라마화 된 것은 잘 모르고 있었네요. 드라마는 어떨지 잘 모르겠지만, 이 웹툰은 제 생각에 감히 '제일 한국적이고 애틋한 사랑 이야기' (라고 적고 오그라드네요...)라 하겠습니다. 많은 분들이 드라마로 알고 계시겠지만, 이 웹툰을 추천하고 싶은 이유를 살펴 보겠습니다. 

 

 

계룡선녀전 표지(?) ; 출저 - https://comic.naver.com/webtoon/list.nhn?titleId=693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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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숙한 이야기와 미스테리, 그리고 코믹이 조합된 편안한 이야기

일상의 모습으로 시작되는 이야기는, 신비한 장소인 계룡산 커피숍에 들어서면서 오묘한 사건들이 시작 됩니다. 그런데 시작되는 사건은 누구나 다 아는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와 유사하게 흘러 갑니다. 다만 약간은 다른 인물과 배경이 나오다 보니, 그 궁금증을 더 증폭하는 듯 합니다. 

 

초반의 에피소드는, 시대적 배경과 등장인물들의 성향, 다음 이야기로 이어지는 다양한 요소들을 지루하지 않게 나열합니다. 자극적으로 싸우고, 욕하고, 극단적인 부나 명예 등을 쫓는 듯한 다른 웹툰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심심하게 느껴질 수도 있으나, 다음 에피소드를 기대하게 할만한 충분한 갈등 및 호기심을 자극하는 요소 등이 영리하게 배치되어 있습니다. 게다가 가끔은 썰렁할 수도 있는 코믹 요소들도 적절히 배치되어 읽은 즐거움을 줍니다. 자극적인 요소가 없어도 충분히 흡인력 있는 이야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여실히 증명 합니다. 

 

 

단순한듯 하지만 단계적으로 심화되되는 이야기의 깊이

익숙한 이야기를 도입부로 시작 했지만, 다소 엉뚱한 등장 인물들과 함께 이야기는 더더욱 깊어져 갑니다. 아리송한 실마리와 함께 각각의 에피소드를 볼 때마다 본인의 판단이 맞다는 추측 댓글이 난무하고, 작가는 그 긴장감이 끊어지지 않도록 잘 유지하며 이야기를 이어나갑니다. 

 

또한 이야기와 연계된 학술적인 (철학적인, 혹은 고미술 관련된 사항들) 요소들이 가미되어 있는데, (댓글로 배우게 되는) 그 의미에 대해 찾아보면, 진행 중인 이야기에 대한 암시라던가, 혹은 등장인물에 대한 관계나 정황을 비유하는 등, 다양한 부분으로 해석되는 것이 보는 즐거움을 제공합니다. 신기한 단어들이나 익숙한 그림 등을 적절히 배치하여 호기심을 자극하고, 다양한 방면으로 이야기의 궁금증을 자아내는 것을 보면, 이야기 구성 및 흥미 요소 등에 대해 작가가 얼마나 세심하게 고민을 했는지 놀라게 됩니다. 

 

 

얽히고 설켜 있는 인물들

돌배 작가의 이전 작품인 '샌프란시코 화랑관'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평범한 주인공 캐릭터와 그 주변인들의 관계를 각 캐릭터들의 시점에서 바라보고, 또한 각자의 입장을 이입할 수 있게 한 부분 이었습니다. 각 캐릭터들의 색다른 관점들을 너무나 잘 투영한 덕분에 등장 인물 하나 하나가 모두 심상치(?) 않은 면모를 지니게 되었고, 그 인물들이 각기 서로의 갈등을 해결하며 성장하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습니다. 주인공 또한 태권도 실력이 향상됨에 따라, 개인적인 자신감, 인간관계, 그리고 직장에서도 지속적으로 성장하면서 깊은 몰입감을 주는 캐릭터 였습니다. 

 

이전 작품에서는 다양햔 주변 인물들의 관계가 나왔었다면, 계룡선녀전에서는 주요 인물들의 관계에 더 초점을 맞춥니다. 마치 티비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에서 누가 여주인공의 남편인지 다양한 캐릭터와 함께 궁금증을 자아낸 것처럼, 이 웹툰에서도 과연, 선녀의 '나무꾼'은 누구였을지, 계속적인 단서와 서로의 관계 및 감정선으로 독자들에게 문제를 주는 듯 합니다. 매번 누가 전생의 인연이었을지 마지막까지 댓글을 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엉뚱한 상상과 개그

호랑이로 변신하는 고양이 (돌배작가는 이전작품에서도 고양이에 대한 깊은 관심을 표현했습니다), 그리고 그 고양이가 야설 작가로 데뷔하고, 다양한 숲속 동물의 후손들이 후세에 은혜를 갚는 등 엉뚱한 상상력은 자칫 밋밋할 수 있는 흐름에 활력을 불어 넣습니다. 또한 선녀라는 상상의 캐릭터로 인해, 주변의 식물들도 이야기를 하고, 신선 등이 등장하는 등 웹툰으로서 그려낼 수 있는 다양한 상상의 나래를 재미있게 풀어 냅니다. 

 

인물 설정 뿐 아니라, 신기한 커피 이름(참새의 아침 식사, 안돼요 공주님....)과 같이 흐름을 해치지 않는 곳에서 나오는 작가의 엉뚱한 개그는 이야기의 힘이 되면서 또한 읽는 즐거움을 증폭 시킵니다. 

 

 

단아하고 따뜻한 그림

다양한 요소와 함께 따뜻한 그림이야 말로 왠지 한국적인 웹툰이란 생각을 들게 합니다. 진한 쌍거풀과 삐쭉거리는 머리, 쨍한 느낌의 선명한 색감이나 선의 마감 마저 딱딱 맞아 떨어지게 그려진듯한 인기 웹툰에 비해, 약간은 투박하고 흐릿한 듯한 선과 수채화를 연상하는 듯한 색감, 특히나 투박한 눈썹과 상꺼풀이 없는 여주인공의 모습은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배경으로 쓰이는 숲속이나, 각종 소품 등 화려한 색감이 많이 사용됐음에도, 색의 조화가 좋은 탓인지 눈에 부담이 되는 느낌은 전혀 없었고, 단아하면서도 화사한 느낌이 든달까. 그림체나 색감으로 받은 느낌을 묘사하려니 아무래도 언어의 한계에 부딛히는 느낌이네요. 작가가 왠지 과거 시대의 수묵화를 칼라 버젼으로 그려낸듯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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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보, 전생, 환생, 화, 은혜, 호랑이, 용, 참새 등등의 다양한 요소들을 보면서 왠지 모르게 현대판으로 재해석된 '선녀와 나무꾼'이야기를 보는 듯 했습니다. 다양한 웹툰 작가가 있지만, 돌배 작가야 말로 따뜻한 이야기와 성장 드라마를 보여주는 무조건 믿고 볼 수 있는 작가로 생각 됩니다. (굳이 비교하긴 뭐하지만, H2의 아다치 미쓰루 같은 성향의 작가인듯한...개인적인 생각 입니다. 생각해보니 웹툰 '구름의 이동속도'의 김이랑 작가가 이에 더 가까운지도 모르겠네요....)

 

매번 상위권 순위를 하는 만화를 보면, 싸움, 도박, 경기, 재벌 등등, 무언가 대리 만족을 노리는 듯한 작품들이나 제목들을 많이 접하게 됩니다.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단순한 재미를 위해 그런 웹툰을 보는 것또한 이해는 되지만, 계룡선녀전 처럼 따뜻하면서도 재미있는 요소가 가득한 작품도 한 번 보시길 추천 드립니다~ (왠지 웹툰 보다는 드라마 리뷰가 많은 것 같아 안타깝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