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캐나다) 아내와 살고, 이제 만 4살 된 힘 넘치는 아들 1명을 키우고 있습니다.
소위 말하는 다문화 가정이네요.
전혀 다른 대륙, 생활 환경, 가치관을 가지고 있던 아내와 같이 살면서 여전히 신기한 관점이나 행동 등을 많이 경험하게 됩니다.
다양한 부분이 많지만, 정말 육아에 있어서는, 신기한 관점? 개념의 차이 때문에 많이 놀랩니다.
아마, 제가 첫 아이 육아를 처음 하면서 당연한 것인데도 모르고 있는 것일 수도 있겠네요.
1. 말못하는 갓난 아기도, 부모의 말을 듣고 이해한다.
미리 아이에게 속삭이듯, 이해를 구하듯, 대화하듯 이야기 합니다.
옷을 갈아 입힐 때도, 목욕을 시킬 때도, 밥을 먹일 때도 수시로 뭘 할지 이야기 해주고, 아이가 듣고 이해할 수 있도록 약간의 준비 시간을 줍니다.
갓난아이의 부모님들은 혼잣말 하듯, "~그랬어요?" 하면서 대화하는 것을 보긴 했지만, 아내가 하는 대화는 아기가 다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인격체라는 존중을 해주는 느낌이었습니다. 6~7살 되는 아이에게 말하는 투로 느껴 집니다. 이건 모든 부모님이 다 하시는 것이지만, 영어로 오는 어감의 차이일 수도 있겠네요. (집에서 영어를 사용 합니다)
2. 우는 아이, 어느 정도 진정한 후 부모의 뜻을 명확히 전달 후 위로해준다.
1번과 같은 관점인데, 아이가 떼쓰거나 울 때는 어려웠던 부분 이었습니다. 특히나 저희 부모님이 많이 이해하지 못하셨죠.
아이 옷 갈아 입히는데 아이가 울면, 저희 부모님 경우 아이를 바로 안아 달래려 하셨지만, 아내는 옷을 갈아 입어야 하는 필요성에 대해 아이에게 다시 말하고 옷을 갈아 입혔습니다. 당연히 언짢은 아이는 계속 울어대죠. 그래도 옷을 갈아 입히고, 아이가 울고 나서 진정이 된 후에 다시 왜 옷을 갈아 입혔는지 설명하고, 아이를 안아서 위로해 줍니다. (마지막이 중요 합니다.)
물론, 울음을 그치지 않는 경우도 있죠. 무작정 울다 지칠 때까지 기다리진 않았습니다.
어느 정도 단호함(?)을 보여줄 순간이랄까요...저는 때마다 안달나서 불안해 했는데, 아이가 좀 크고 나니, 아기 때부터 이렇게 부모의 뜻을 전달하고, 아이의 감정을 추스릴 시간을 준 것이 훈육의 일환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지금 만 4살이 된 시점에서 역시나 원칙은 동일 합니다. 떼를 쓰면, 떼 쓰는 것 때문에 아내는 타협하지 않고, 의도를 다시 전달한 후 아이에게 잠시 시간을 줍니다. 달래려고 계속 얘기한다던지, 혹은 의도를 전달하기 위해 설득 한다던지 하는 것은 감정만 더 악화시킬 뿐이라는 것이죠.
어린 아이는 감정 기복이 매우 크고, 그 감정의 폭을 조절할 수 없기 때문에, 서로 이야기 하면 더 악화될 뿐이라고 합니다. 아이는 본인이 떼를 쓰거나, 우는 것을 앞에서 지켜봐주고 대응해주는 부모가 없다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감정을 추스립니다. 잦아진 울음으로 엄마나 아빠 품으로 오죠.
(계속 울어재낀다는 아이는, 중간중간 진정을 시킬 필요는 있습니다. 저희 아들도 울다가 토하고, 또 울곤 했습니다. 하지만 반복적인 이런 훈육 방식으로, 어느 정도 타협이 된 것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럼, 다시 안아주고 사랑한다고 이야기 하고, 왜 이런 의도를 전달 했는지 다시 설명 합니다.
그리고, 방금 그 짜증이나 울음은, 너의 감정 기복이 격하게 반응한 것이라고,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 합니다. (영어로는 You are flipping your lid again. 너 다시 뚜껑 열렸어. 뭐 이런 식으로 이야기 하네요.)
3. 아이가 앉아서 물건을 집는 순간 부터, 먹는 것은 생존이다? 그리고 규율이다!
아이가 태어나고 앉아서 물건을 집는 순간 부터, 숟가락으로 밥을 떠 먹여 준 적이 없습니다. (같이 나눠 먹거나 하는 예외적인 경우는 있었겠죠.)
아이를 점보 의자에 앉힌 순간 부터, 유동식이랄지 밥 종류를 모두 점보의자 앞 작은 식탁에 두고, 손으로 혹은 작은 수저로 집어 먹게 했습니다. 밥 먹는 것은 부모가 앞에서 먹는 것을 보고 배우면서 먹게 되고, 밥 먹고 지저분해지는 것은 치우면 되지 않냐는 것이었죠..(물론 치우는 건 제가;;)
근래에는 아이 주도 이유식이라 해서, 관심을 가지는 부모님들도 많으신 것 같네요.
(구글 검색으로 아이 음식 지저분으로 검색하면 한결같이 외국 아이들만 나오는 건 함정...)
아이가 주도적으로 밥을 먹게 되는 것이 주 목적이기도 하지만, 부가적으로 가족의 한 구성원으로서 같이 식사를 한다는 의미도 있습니다. 이건 저희 집만 그런 줄 알았는데, 캐나다의 친인척들, 아내 친구들 또한 아이가 앉는 순간 식탁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식사를 같이 하게 되더군요. 가족의 일원으로서 도움이 필요한 약자가 아니라 동등하게 대우를 해준다는 느낌이랄까요..
아기니까 식사를 놀이의 일환으로 보고 자연스럽게 식사를 할 수도 있고, 또한 아기니까 지저분하게 되는 건 당연하지 않냐는 관점은, 아기들에게 일일이 수저로 밥을 떠먹이는 것을 자주 목격한 제게는 충격 이었습니다. 식사는 각자 하는 것이고, 그렇게 배워야 하며, 배가 고프면 먹을 거라는 것이 아내의 의견이었습니다.
가끔 아이가 입을 버릴고 먹여 달라고 하는데(아마 부모님이 떠먹여 주셔서;;혹은 어린이집에서 그런 경우가 있는게 아닌가 짐작만 합니다) 저희 부부는 수저를 사용해서 스스로 먹으라고 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가끔 먹기 싫은 반찬을 투정 부리거나 하는 경우는 있지만, 밥 먹는 시간에는 홀로 자리에 앉아 스스로 수저를 사용해 밥을 먹습니다. 외부 식당을 가도 친구집을 가도 항상 바른 자세로 밥을 먹고, 밥을 다 먹고 난 후에 다시 놀이를 합니다. 밥 먹고 뛰어다닌다거나, 밥을 먹을 때 핸드폰 동영상을 본다거나 하는 경우는 한 번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만 4살이지만, 날카로운 스테이크칼도 같이 쓰게 하고 있고, 별 탈 없이 이용 중입니다.
4. 잠은 정말 중요하다.
잠은 정말 중요합니다.
아기가 유독 짜증이 많고, 칭얼거린다면, 잠을 설친 날이 대부분 일치 하더군요.
아내는 아이를 최소 매일 11시간은 재워야 한다고 생각 하고 있습니다.
보통 8~9시에 잠들어서, 7~8시에 일어나는 일정을 지키고 있습니다.
아이의 수면습관 환경을 만들기 위한 내용은 이전에 작성한 글 한 번 보시길 추천 드립니다.
2019/07/25 - [Life/Family] - 우리 아이는 9시가 되기 전에 이미 잠이 듭니다. - 아이의 규칙적인 수면 습관
5. 이 모든 것을 가능케 하기 위해서는 규칙적인 일정 및 가족 약속 (ground rules)이 필요하다.
위의 모든 것들 외에도, 다양한 가족 약속이 있습니다.
서로 이야기를 할 때는 상대방의 눈을 쳐다보고 말하며, 상대방의 이야기에 집중 한다.
엄마 아빠도 식사 중에는 핸드폰이나 티비를 보지 않는다.
밥 먹을 때는 꼭 야채도 같이 곁들여 먹어야 건강해진다.
물을 자주 마신다.
하루에 티비는 어린이 만화 2편이 최대이며, 부모의 허락 없이는 함부로 티비를 보지 않는다.
놀이를 하는 시간은 최대 7시 30분까지이며, 그 후에는 양치하고 잠옷 갈아입으며 잘 준비를 한다.
자기 전에는 엄마 또는 아빠와 책을 읽는다.
매주 토요일은 아빠와 함께 놀러가는 날이다.
매주 일요일은 가족이 모두 함께 즐기는 날이다.
매주 일요일 아침은 아빠와 함께 직접 요리한다. (주로 팬케잌이나 간단한 아침식)
이 모든 것은 서로 지켜야 하는 가족간의 약속이고, 이런 약속을 지키기 위해 특별한 일정이 아닌 이상 거의 매일, 매주를 규칙적인 일정으로 생활 합니다.
이런 다양한 약속들은, 아이가 말을 하기도 전부터 습관이 되고, 아이 또한 일정이나 약속들을 예측 및 이해함으로서 감정의 갈등을 줄이고, 약속을 안지킨다고 떼쓴다거나, 일정에 어긋난 것은 따로 요청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직접 깨닫게 되는 것 같습니다.
식당에서 수많은 아이들이 동영상을 보고 있어도 보여달라 보채지 않으며, 서로 하루의 일과에 대해서랄지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면서 식사를 하는 것이 저희 가족의 식사 시간 모습 입니다.
6. 엄마, 아빠도 감정이 있고, 각자의 시간이 필요하다.
육아는 정말 감정 소모가 많을 수밖에 없고, 엄마, 아빠가 지치게 되면 그 모든 영향은 아이에게 나타날 거라 생각 합니다. 위의 내용이 많은 사항 들이고, 약속들이고, 일정한 규정들이다 보니, 엄마 아빠도 지치게 되고, 그런 스트레스가 아이에게 투영되지 않도록 저희 부부는 일정하게 각자의 시간을 배려 합니다.
평일 출근 시간에는 아내가, 저녁 시간 이후에는 제가 대부분의 육아를 전담 합니다.
그래도 아이가 엄마를 많이 찾고 의존하기 때문에, 토요일 낮 시간에는 저와 지내는 시간으로 정하고, 아내는 아이와 떨어져 있도록 합니다. 이는 아이와 아빠와의 관계를 더 돈독하게 다지려는 의도도 있습니다.
육아에 정답은 없지만, 그래도 아직은 자라나는 아이를 위해 엄마 아빠가 많이 알려주려 애쓰고, 인내하고, 사랑하는 마음은 다 같다고 생각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엄마 아빠도 육아가 짜증나는 일로만 여겨지면 안되겠죠...
'헬육아'라는 말도 있던데, 개인적으로 아이를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는 이런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너무 부정적으로 다가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습니다.
아이는 부모의 모습을 보고 자란다죠.
부디 사랑스러운 아이가 올바른 사회 구성원이 될 수 있도록, 부모님들 화이팅 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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