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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종업계 이직(경업) 금지 대처 방안 (a.k.a 어쩌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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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종업계 이직 조항, 혹은 경업 금지 조항 등 입사 시, 혹은 퇴사 시에 작성하는 서류에 대부분 포함되는 항목입니다. 

현재 회사와 유사한 업무를 하는 기업에 취업을 한다거나, 유사한 업종으로 창업을 하는 등에 대해 일정 기간 동안 금지한다는 내용입니다.  

 

그런데, 이게 과연 정당한 것일까요? 반드시 준수해야 하는 것일까요? 다른 방법이 있는 걸까요?

경우에 따라선 내용증명서를 발송하기도 한다니, 겁이 덜컥 납니다.

 

이직자들이 고민하는 중요 요소 중 하나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 사항에 대해 걱정하시는 입사 예정자에게 제가 안내드리는 내용에 대해 정리해 보겠습니다. 


동종 업계 이직 금지 혹은 경업 금지의 의미

 

말 그대로 현재 직장에서 하고 있는 업무와 유사한 업무를 하는 업계, 혹은 같은 업종으로 창업을 하는 것을 금지하는 조항입니다. 예를 들어, 반도체 회사 A에서 반도체 회사 B로 가는 것이나, 새로운 반도체 회사를 창업하는 것을 제한한다는 것이죠. 현 회사에서 습득한 기술이나 지식을 다른 회사로 유출하거나 사용하면 현 회사 사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경우에 대비하기 위한 사항들 입니다. 

 

회사 기밀 사항들에 대해 어느 기간 동안 다른 곳에서 사용이 제한되며, 그 기간 동안에 동종 업계 또는 경업 시에는 법적인 책임을 지게 된다는 내용이 서술되어 있습니다. 대부분이 짧게는 1~2년, 길게는 3~5년까지 기간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동종 업계 취업 방지 조항 예시

경력자를 채용할 때는 항상 관련 업종, 관련 경험을 자격 요건으로 내세우면서 금지된다 하고, 아예 다른 업계로 이직하게 된다면 그나마 있는 경력 조차 제대로 대우받을 수 있을지 불투명합니다.

 

그리고, 왜 내가 이직을 하겠다는데 회사가 이 조항을 내세워서 이직을 못하게 하는지, 퇴직 시에 이 조항에 대해 반드시 서명을 하고 동의를 해야 하는지에 대해 질문도 많이 받습니다. 이는 이직자에게 회사를 제한하는 강요가 되며, 과연 이것이 정당한 조항인지 의문이 생깁니다. 

영문 경쟁방지 금지 조항 예시

 

 

법적 절차의 필수 요건과 유효인 경우

 

이 조항이 유효하기 위해서는 아래와 같은 조건에 부합해야 합니다.

 

  • 보호할 가치가 있는 사용자의 이익
  • 근로자의 퇴직 전 지위
  • 경업제한의 기간. 지역 및 대상 직종
  • 대가의 제공 유무
  • 퇴직 경위
  • 공공의 이익 및 기타 사정 등

이런 모든 사항을 고려하여, 동종업계 이직 금지 조항이 합당한 조건인지 아닌지 여부를 결정하게 됩니다. 

 

바로 이해하기엔 좀 애매한 부분이 있지만, 풀어 설명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 보호할 가치가 있는 사용자의 이익 : 해당 회사만이 보유하고 있는 극비 사항이며, 이 정보 유출 시 사용자의 이익에 큰 영향을 끼치는지 여부
  • 근로자의 퇴직 전 지위 : 극비 사항에 대해 알고 있는 소수의 인원 중으로 그 사항을 확인 가능한 정도의 지위가 있는지 여부 
  • 경업제한의 기간. 지역 및 대상 직종 : 개인의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합리적인 금지 기간과 지역, 대상 정도인지 여부 
  • 대가의 제공 유무 : 사용자가 이 조항 이행을 위해 근로자에게 추가적인 대가를 지급하였는지 여부 
  • 퇴직 경위 : 사용자의 일방적인 결정으로 인해 퇴직이 되었는지 여부 
  • 공공의 이익 및 기타 사정 등 : 기타 사회적 통념 상 합리적이라고 판단되는지 여부

이중 가장 중요한 것은, 보호할 가치가 있는 사용자의 이익인지, 그리고 이행을 위해 대가를 받았는지 여부 입니다. 

 

보통 대기업 임원의 경우, 계약 해지가 결정된 이후에도 약 6개월에서 길게는 2년 정도 까지 급여를 지급하며 타사의 이직을 제한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외국계 경우 보통 Garden leave라 하는데, 한국어로는 명확한 용어를 잘 모르겠네요.) 임원이기에 회사 기밀 사항에 대해 접근이 가능하고, 일정 기간 동안 그 대가를 받는 것이기에 이런 경우에는 이직 금지 조항의 효력이 유효하다 하겠습니다. 

 

아래는 실제 조항의 효력이 인정되어 근로자의 책임을 묻게 된 사항에 대한 예시글 입니다. 

https://www.worklaw.co.kr/view/view.asp?in_cate=106&bi_pidx=28336 

 

월간노동법률

중앙경제 : 퇴직 후 경업금지약정의 유효성

www.worklaw.co.kr

 

 

무효 경우와 대응 방안

 

회사 극비 정보에 접근하는 임원 직위의 수는 극소수이고,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에는 사용자가 경업 금지로 인해 추가적인 대가를 제공하지는 않습니다. 자발적으로 퇴직하는 경우가 대다수 이지만, 이직하는 회사는 대부분이 동종 업계 입니다. 업무를 하면서 습득하게 되는 특허 정보랄지, 업체 정보, 영업 전략 (know-how), 또는 회사의 제도 및 규정 등은 경업 금지 조건에 해당하는 정보일까요?

 

아래는 경업금지 조항이 무효가 된 판례 글 내용입니다.

https://www.law.go.kr/LSW/precInfoP.do?precSeq=147678 

 

국가법령정보센터 | 판례 > 경업금지등

경업금지등 [서울동부지법 2010. 11. 25., 선고, 2010가합10588, 판결 : 확정]

www.law.go.kr

 

제가 퇴직을 앞둔 분들에게 안내 드리는 대응 방안은 아래와 같습니다. 

  • 퇴직 통보를 하는 순간 부터, 회사 컴퓨터에 USB를 삽입하거나, 회사 메일, 파일 등을 개인 메일 전송 금지
  • 개인 컴퓨터에 있는 회사 관련 자료는 모두 삭제
  • 추후 개인 컴퓨터로 회사 메일, 서버 및 클라우드 접속 금지
  • 회사 자료 등 관련 서류 인쇄 자제 및 인쇄 후 파쇄 철저히 확인
  • 그 외 회사 관련 자료 및 물품들 모두 체크리스트 확인 후 반납

위 사항은 동종 업계 이직 금지 조건으로 대가를 받은 내역이 없고, 해당 회사의 기밀을 저희 회사에서 요구하거나 사용할 목적이 없다는 전제 조건 하의 대응 방안 입니다. 위 예시의 서류에서도 보시다시피, '회사의 동의 없이 영업 비밀을 사용할 목적으로 이직'하는 데에 금지를 하고 있으므로, 그런 목적이 없다 하면 문제가 될 소지가 낮습니다. 

 

아래와 같은 이유로, 이전 직장이 협박(?)을 하거나, 실제 내용 증명을 보낸다 할지라도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 이전 회사는 보호할만한 이익에 대한 내용이 맞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그 내용이 명확히 언제, 어떻게 퇴직자를 통해 유출이 되었는지 여부를 증명해야 합니다.  
  • 단지 경력사원이 동종 업계를 이직했다는 사실 만으로는 내용 유출에 대한 정당성을 얻기 어렵습니다. 
  • 또한 그 내용이 경력사원이 이직한 회사에 큰 이득으로 연결되었다는 것 또한 증명해야 하는데, 독자적인 기술로 인한 제품 개발 등이 아닌 이상 이 또한 증명하기가 어렵습니다. 
  • 이 모든 사항이 증명된다 할지라도, 그 내용을 보호하기 위해 이전 회사가 정당한 대가를 지불했는지, 그렇다 할지라도 대가에 비해 강요하는 수준이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에 대한 정당성도 확보해야 합니다. 

그렇기에, 실제 중요한 정보를 유출하여 이직을 한다던지, 이전 직장에서 상식선의 대가를 받고 동의한 이직 기간을 어긴다던지 하지 않는 이상은 큰 문제 발생 소지가 낮다 하겠습니다. 

 

노무사에게 인력전쟁이 심한 업계에서의 소송 사례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소송을 진행한 회사는 퇴사자의 2년치 이메일 내용과 컴퓨터의 모든 내용 확인 및 퇴사자가 경쟁사에서 출퇴근하는 모습을 잠복해서 확인했다 합니다. 주요 설계 관련 특허가 연관되어 있고, 거의 유사한 업종의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이전 직장의 직접적인 매출 하락 요인이나 퇴직자로 인한 경쟁사의 이익 요소, 실질적 정보 유출 경로 등이 합당하지 않다고 고려되어 2년여의 소송이 결국 원고 패소로 결론 났다고 합니다. 


실제 자료를 유출한 것은 없지만, 경험으로 알게 된 고객 정보, 가격, 제품 스펙 등을 걱정하시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또한 실제 내용의 유출이나 그 연관성을 모두 증명해야 하고, 개인의 경험으로 습득된 정보를 보호할 가치가 있을 정도의 정보로 취급하기엔 어렵다 하겠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퇴직 시 강요되는 이러한 조항에 동의할 수 없다면 문제가 될까요?

그 역시 문제가 되진 않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동의하지 않는 경우 오히려 더 큰 의심을 주게 됩니다. 이런 경우 퇴직하려는 직장에서 이직하는 직장에 대한 정보를 더 확인하려 한다던가, 극단적인 경우 대가를 제공하고 퇴직일을 늦추는 경우 (상기의 Garden leave와 같은 경우)를 협의할 수도 있습니다. 한마디로, 퇴직 절차가 더 복잡해 질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저 또한 "행여 회사 사업에 영향을 끼치는 정보 유출이나, 그로 인한 조건으로 이직을 하는 특별한 경우"에만 이 서면 동의서를 사용하게 된다고 안내를 하고 있습니다. 여지껏 모두 서명을 해주셨고, 대부분 퇴직자 분들은 동종업계 경쟁사로 이직을 했습니다만, 아직까지는 이 조항으로 인해 내용 증명을 보낸 경험은 없습니다. 

 

내용 만으로는 상당히 강력한 보호 조항으로 보이지만, 실상 그 효력의 여부는 다양한 조건이 부합되야 한다는 것을 유념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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