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man resources

최종 합격하고 입사 거부한 회사 경험담 : 인사담당자가 구직자 입장에서 본 소감

Kyle2 2022. 2. 17.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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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면접을 보고, 합격 통지를 받았음에도 입사를 하지 않은 회사 이름을 문득 뉴스에서 보게 되었습니다.
당시 면접관의 얼굴도 떠오르고 기억하고 싶지 않은 인터뷰 및 처우 조율 절차가 기억나더군요.

입사 거부(제가 동의하지 않았으니 '포기'가 아니라 '거부'란 단어가 맞다고 생각 합니다)를 한 이유는 다양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입사 거부를 한 회사들은, 이름만 대도 알만한 유명한 기업들 입니다.

다 셈을 해보진 못했지만, 꽤나 다양한 회사에 지원을 했었고 다수의 면접에 참여 했었습니다.
지원 당시에는 너무나 입사하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었으나, 놀랍게도 최종 입사 동의 전에는 생각이 바뀐 경우가 꽤나 많이 있습니다. 한 회사에 취업을 한다는 것이, 개인 삶 뿐 아니라 주변인과의 관계까지, 너무나 큰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했기에, 입사 전에는 모든 의구심을 떨칠 수 있도록 확인하는 절차를 거쳤기 때문입니다.

이런 생각은 이전에 글로 한 번 정리한 적이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2019.06.25 - [Human resources] - 지원자가 일하기 좋은 회사, 좋은 업무 환경 등 판단을 하는 방법 및 요소들

 

지원자가 일하기 좋은 회사, 좋은 업무 환경 등 판단을 하는 방법 및 요소들

새로운 회사에 지원 시에는, 앞으로 입사 후에는 어떤 동료들, 상사들과 함께 어떠한 분위기에서 업무를 하게 될지 여부가 입사를 결정하는 큰 요소 중 하나라고 생각 합니다. 연봉이나 처우 내

kylejung2.tistory.com


정말 유명하고, 모두가 입사하고 싶어하는 기업이고, 제 스스로가 희망하여 지원하고 면접까지 합격 했음에도 왜 입사를 거부하게 되었을까요?

 

유명 대기업 계열 A사 : 해외 지사 HR manager position


해외 지사 직무를 다수 지원했었습니다. 대부분 인사담당자의 해외 직무는 다수가 아시아 지역이고, 아주 소수의 미주 지역, 남미 지역도 간혹 있지만 유럽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A사는 누구나 아는 기업이고, 성장 가능성이 많은 산업군이며, 유럽 지사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라는 것이 너무나 매력적이었습니다. 잘 할 수 있는 인사 업무이기도 했고 영어에도 자신이 있었기에 혼신을 다해 준비했고 서류 및 면접에 많은 노력을 쏟았습니다. 다행히 합격 통보를 받았으며, 그와 관련된 처우 및 내용에 대해서도 상세히 문의 했으나 최종적으로는 고사하게 되었습니다.

다양한 이유가 있었지만, 제일 중요한 요소를 꼽자면 아래와 같습니다.

  • 채용 절차의 신뢰도 저하 : 서류 심사 후 단시간 내의 면접 참석 통보, 장기간의 면접 결과 기다림, 처우 결과에 대한 불명확성
  • 업무 절차 및 조직 형태에 대한 의구심 : 추가적인 임원 면접에 대한 필요성 의구심, 업무 상세 내역에 대한 경력 개발 가능 여부 불확실
  • 기업 문화에 대한 실망 : 겉으로만 화려한 복지를 내세운 듯한 모양세, 상세한 내용을 파악할 수록 거듭되는 실망감

채용 절차의 신뢰도는 면접 조율에 관한 면접자의 배려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던 점입니다.
입사자에게, 면접 절차가 주는 인상은 상당한 효과가 있다고 생각 합니다. 그러기에 인사담당자로서, 면접 일정은 최소 3~4일 이상 여유를 두고, 상대방에게 가능한 시간을 확인 후에 확정하고 있습니다. 또한 면접 동안 사적인 질문은 없애고, 직무에 대한 질문을 집중적으로 할 수 있도록 면접관 교육을 수시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A사는 서류 심사가 오래 걸렸음에도, 1차 면접은 2일 후로 확정되어 통보 되고, 2차 면접은 1개월이 지난 시점에 다시 안내가 되었습니다. 최종 처우에 대한 결정은 빠른 결정을 부탁한다고 연락을 받게 되었습니다. 해외 이주임을 감안하면 가족과 상의하고 고민해야 하는 점이 많은데도 압박감을 느끼게 되었으며 이런 일련의 절차들이 회사 업무 문화 전반에 깔려 있다고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임원 면접을 진행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1차 면접 이후 2차 면접 조율 기간이 오래 소요되고, 2차 면접 이후 처우 안내는 상당히 빠르게 진척 되었습니다. 임원 면접에서 문의된 내용이 그리 심층적인 질문도 아니었고 면접을 하고 나니 왜 진행을 했는지 의문이더군요. 회사 결정 전결권자 및 전반적인 절차, 확대해서 업무 문화까지도 의구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또한 담당 업무는 상세히 안내 되었지만, 그 상위 면접관들의 업무를 보아 앞으로의 경력 개발에는 어려움이 있을 것 같다는 걱정도 함께 말이죠.

전반적으로는 기업 문화에 크게 실망 했습니다. 헤드헌터 도움으로 면접을 진행할 때도 느꼈지만, 직접 연락을 과정에서는 급하게 업무를 진행하는 압박을 받았습니다. 지금 봐도 직원 혜택은 화려하다 할 정도로 잘 되어 있고, 처우만 생각하면 해외 이주를 해도 무리가 되진 않겠다 할 정도였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다'라는 불멸의 명언이 계속 떠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분명 제공된 만큼 일의 압박이 있을 것이고, 그런 해외 이주 후 발생하는 삶의 압박과 함께 견뎌낼 수 있을지가 의문이었습니다. 그렇게 최종 처우를 받고 며칠이 되지 않아서야, 결국 입사 제안을 고사했습니다.

지금도 다양한 뉴스에서 이름이 거론 되는 것을 보면, 그 치열했던 면접 기간이 생각 납니다. 다행히(?) 뉴스에 나오는 내용이 제 생각이 옳았다는 내용들이 많이 나와서 위안을 삼고 있습니다.


유명 대기업 B사 : 해외 지사 HR manager

 

이 회사도 해외 지사 HR manager 직무 였습니다. 동남아 지역 담당이고 다양한 업무를 진행할 수 있는 직무여서 지원 했으며, 서류 면접 및 진행 절차가 순차적으로 진행되어 지원 1개월만에 합격 연락을 받았습니다. 면접 부터 기대에 못미치는 정황이었는데, 합격 발표까지 실망의 연속이었습니다.

  • 면접 진행 미흡 : 면접 안내 및 장소 준비 미흡, 면접관 신뢰도 하락
  • 채용 절차 : 합격 발표 안내 미흡, 관련 안내 및 절차 사항 부재

면접 시 큰 건물에 도착하여 로비에서 대기하다가 면접시간 10분 전에 해당층에 올라갔습니다. 보통 면접장소는 앞에 안내가 있는 층이거나, 그렇지 않다면 면접 시 연락 가능한 번호를 받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 경우 연락 가능한 번호는 따로 없었기에, 해당층에 안내가 있겠거니 했는데, 해당층에는 내부직원만 입장 가능한 보안시스템이 있었고, 전화 연결이나 내부 근처에 보이는 직원 조차 없었습니다.

내부 직원이 보이면 문의하고 들어가려 기다렸는데, 면접 시간 5분 전이 되도록 아무도 보이지 않아 당황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업체를 서치펌 담당자를 통해 회사측으로 연락 했고, 면접시간 1분 전에야 사무실로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사무실 들어온 이후에는 대기 장소나 면접 장소 또한 없어, 입구 쪽에서 안내를 기다려야 했습니다. 면접 시간 10분 정도가 지난 후에야, 정리되지 않은 회의실로 안내를 받았고, 면접관은 또 5분이 지난 후에야 만날수 있었습니다.

여기까지는, 바쁜 업무 시간 일어난 해프닝이라 생각 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제각기 들어온 면접관들과 면접 시작되고 나서야 이력서를 살펴본듯한 질문들, 시간차로 인해 반복되는 질문들은 견디기 힘들었습니다. 또한 당장 근무가 가능한 여부와 해외근무가 가능한지 여부가 그간 직무 연관성이나 경험보다 더 중요하게 여겨지는 듯한 모습에 큰 실망을 하게 되었습니다.

희안하게도 이렇게 실망을 하는 경우 합격율은 더 높아지는듯(?) 합니다. 1차면접 만으로 약 1주일 지난 후 다음주 출근 가능하냐는 연락을 B회사측으로 직접 받았습니다. 그런데 그게 다(?)였고, 추가 안내 없이 월요일 9시부터 교육이 시작된다 합니다.

제한된 교육 일정 이해한다 치더라도, 10년 넘는 경력자가 입사를 하는데 입사 조건, 최소 연봉이 얼마인지 설명조차 없다니 이해가 되시나요? 몇천명이 넘는 인원이 있는 인사팀에서 이런 절차가 제대로 안지켜진다는 것이 경악스러웠습니다.

더구나 이 업무는 해외지사 파견 업무였습니다. 국내근무처럼 연봉이나 기본 패키지로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해당 국가의 물가, 주거, 항공편, 의료보험이나 가족혜택, 또한 복귀 시 조건 등 다양하게 논의해야 할 것이 많은 계약입니다. 아무리 일이 잘 맞고, 좋은 기업이라 할지라도 생활하는 나라가 달라지는 경우이기에 고려할 사항이 너무 많기에 해외 근무 조건은 아무래도 국내 혜택보다 좀 더 많은 범위를 제안하는 것이 일반적이긴 합니다.

당연히 직접 연락을 준 B기업 담당자에게 문의 했습니다. 처우 조율은 아니라 할지라도, 최소 연봉 및 계약 내용은 미리 안내를 주는 것이 맞는 것 아니냐고 정중히 문의 했습니다. 담당자는 입사하면 안내하고 협의를 한다더군요.

이건 감히 '채용'을 빌미로 구직자를 압박하는 행태라 말하고 싶습니다. 갑질채용이라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입사 조건을 입사 후 안내 한다면, 입사자는 회사의 요구를 수용할 수 밖에 없는 정황에 놓이는 경우도 많을 것이고, 이는 당연 불평등한 계약 형태이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이렇게 큰 기업의 채용 절차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다면, 전반적인 회사 체계 또한 당연히 체계적이지 않을거란 생각을 하게 됩니다. 무엇보다 이 모든 것이 직원 개개인을 존중하지 않는 문화가 형성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으며, 이는 당연히 인사팀의 도전과제가 되는 것이기에 미련없이 입사 제안을 거절하게 됩니다.

안타까웠습니다. 해외 근무가 가능한 인사 업무가 많지 않고 대기업 경우 해외 파견 후 다시 복귀할 수 있는 기회가 많기에 기대를 많이 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입사 제안을 거부한 후에도 다음주 월요일에 출근 안하냐는 연락을 받고 나서는 남아있는 안타까움 마저 사라졌습니다. 같은 인사담당자로서 부끄러울 지경이었습니다.

 

 


유명 외국계 기업 C사 : HR manager position


이 외국계는 소비재로 유명한 기업이었습니다. 소비재라 하지만 안정적인 매출이 있는 기업이고, 워낙 소비자에게 유명한 브랜드가 있는 터라, 기대를 하고 면접 참석을 했습니다. 

 

긴 인상이 남지는 않았습니다. 대형 회의실의 건너편의 면접관이 면접 중 신발을 벗고 발바닥을 계속 긁는 모습에, 그 외의 면접 및 모습은 기억이 나지 않았습니다. 책상 밑으로 다리가 다 보이는 구조였는데, 손으로 발바닥을 계속 긁고, 그 손으로 필기를 하고, 그리고 면접 이후 악수를 청하더군요. 

 

별거 아닌 것이라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을 수 있겠지만, 제겐 너무 충격적이었습니다. 화려한 외관과 엄청난 브랜드 파워에 눌려 너무 큰 기대를 한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기도 합니다. 

 

회의실 정돈 상태랄지, 면접 중 너무 사생활에 관련된 질문들, 외국계 답지 않은 억압되는 분위기 등 다양한 사유가 있었지만, 제가 면접을 참석한 진지함으로 면접관이 대해주었더라면 입사 제안을 거부하지는 않았을 듯 생각 합니다. 

 


참 다양한 일이 있었지만, 위 경우가 가장 많이 기억나는 것 같습니다. 

지금은 면접관으로서 면접자에게 저렇게 인상을 남기면 안되겠다고 매번 다짐을 하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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