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웹툰을 봤다고 생각 했지만, 근래 본 웹툰 중에서는 가장 충격적이고 파격적인 이야기였던 것 같습니다.
오래된 작품임에도 이제서야 보게 된 것이 원통할 정도이더군요.
작품의 주제는 딱 한 문장입니다.
살인은 정당화 될 수 있는가?
이는 주제임과 동시에, 저의 한 줄 감상평이기도 합니다.
정작 썸네일을 보면, 제목이나 감상평과는 다르게, 왠지 개그풍의 만화일 것만 같고, 예쁘게 그리는 웹툰에 비해 선뜻 내키지는 않는 첫인상 입니다.
예쁘고 멋있게 그리는 썸네이나 그림체와는 다르게 일상툰 같은 단순하다 못해 이상한(?) 그림체가 선뜻 취향에 안맞을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 웹툰이 제 호기심을 자극 했던 것은,
- 제목의 모호함 :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어떤 뜻이 되는지, 궁금해지더군요...
- 그림체의 호기심 : 스릴러, 살인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이 그림체로 구현이 가능할까... (꼬마비 작가의 작품을 이 웹툰으로 처음 보게되어 신선한 느낌도 있었네요.)
- 신선한 소재에 대한 기대감 : 웹툰에는 워낙 학원물, 액션, 연애물이 많은 터라, 그 외의 주제의 웹툰을 보고 싶었어요...
보고나서 제 감상평은, 충격, 충격, 또 충격의 연속 입니다.
과연 살인이 무조건 나쁜 것이라고 비난할 수 있는가?
어릴 적부터 쌓아온 도덕적 관념을 뒤흔드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추천하는 이유를 아래와 같이 정리해 봤습니다.
- 스포 주의 -
1. 스토리
인격적 모독과 괄시, 욕설 및 폭행으로 인해 우발적으로 벌어진 살인.
살해 후 놀란 나머지 자리를 뜨지만, 살인자가 되었다는 공포감이 짓누르고 두려움에 떨지만,
살해된 피해자가 살해되 마땅할 정도로 비난받을 짓을 저지른 살인자라면? 법의 심판을 받지 않는 정말 나쁜 놈이라면?
그리고, 의도치 않게 살인한 증거들이 인멸되고 경찰의 추적이 닿지 않는 상황이 된다면?
당신은 어떤 생각을, 어떤 선택을 할 것이며, 과연 당신의 살인은 정당화 될 수 있을 것인가.
매 화를 보는 순간마다, 주인공의 선택을, 주변인의 선택을, 그리고 그들의 이유를 곱씹게 되고 과연 그래도 이 살인이 정당화 될 수 있을지, 아닐지에 생각을 계속 바꾸게 되었습니다. 여느 히어로물의 목적의 정당화를 위한 이유불문의 수단과 방법을 묘사하는 정당성을 따지는 작품들이 있긴 했지만, 이 웹툰은 왠지 주변에 있을 것 같은 주인공을 내세우고, 실제 미디어에서 나오던 흔한 범죄들을 주변 사건으로 얽어서 이야기를 진행 합니다.
저도 모르게, 왠지 저에게도 일어날 수 있을 것 같은 이야기라는, 극도의 긴장감과 함께 몰입하게 되는 스토리 및 구성이었다고 생각 합니다.
또한 양파껍질 벗기듯, 매 에피소드 마다 새로운 사실이 나와 이전 화에 일어났던 일에 대한 생각을 바꾸게 되는 구성. 뭔가 다 보여주지 않았고, 매 캐릭터 혹은 매 사건의 어두운 부분을 캐내는 듯한 이야기 구성이 정말 재미 있습니다.
2. 심리 묘사
주인공이 독백을 하듯, 생각의 생각이 꼬리를 무는 식으로 이야기를 합니다. 글이 많아 읽는 게 지겨운 분들은 싫을 수 있겠지만,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상당히 평범한? 혹은 있을법한 주인공의 이야기에 점점 빠져들게 됩니다. 그리고, 매 화의 끝에 가서는 왜 이런 생각의 고리에 빠져 든건지, 혹은 어떠한 사건 때문에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등, 극단적인 현 상황을 보여 줍니다.
장황한 독백이나 서사라고 생각되었던 내용이, 찰나의 순간에 수많은 고민을 거친 주인공의 생각이었구나 깨닫게 되면서, 마치 주인공이 왜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이해하게 되는 것 같아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특히 살인 후에 어떤 일이 벌어질까 고민하는 에피소드는, 왠지 일상에서 큰 잘못을 저지렀을 때 겪는 심리와 유사하면서도, 그보다 더 심각한, 되돌릴 수 없는 잘못이구나를 제대로 설명하는 것 같아서 두려울 정도였습니다. 사실 여기의 에피소드만 해도, 어떻게든 살인은 정당화 될 수 없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점점 수렁에 빠지는 듯한 느낌처럼, 생각의 고리가 연속되고, 그와 함께 과거의 반성이나 회환 등을 언급하는 것이, 작가는 어떻게 이런 심리 묘사를 자세히 할 수 있었을까 하고 소름이 끼칠 정도였습니다. 일부 무책임한 독자는 실제 작가가 경험한 것이 아니냐고 반문할 정도로 정말 훌륭한 심리 묘사 능력 및 스토리 텔링 이라고 생각 합니다. (이 질문의 댓글은 다른 독자들에게 무참히 비난 받고 있고, 저 또한 그 댓글은 아주 모욕적인 댓글이라고 생각 합니다.)
3. 그림체
큰 머리와 단순한 손발의 모양만 있는 듯한 2등신(?) 캐릭터들의 그림체는 심각한 이야기가 일상 속에서 발생한 사건처럼 착각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선이나 색이 거의 없는 단순한듯한 그림임에도, 크게 표현된 얼굴에서 보이는 눈썹, 눈, 입모양 등이 상당히 공감할만한 표정 변화를 보여 줍니다. 그러다 보니, 왠지 수필을 부가적인 설명 삽화와 보는 듯한 착각까지 들었습니다. 그리고, 계속되는 문장을 읽으면서도, 지루하지 않게 이야기를 전개하는 듯한 효과도 있는 것 같습니다.
심각한 내용을 약간은 더 친근(?)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면서도, 이야기의 흐름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최소한의 장치로만 넣은 듯한 느낌 입니다. 첫 에피소드에서는 사실화 처럼 실제 모습에 가까운 그림을 보여주면서, 주인공의 모습을 다시 단순화 시킨 것도 상당히 영리한 접근이라고 생각 합니다. 그리고 쉽게 그린 것 같은 그림이지만, 최소한의 선으로 다양한 표정을 표현하는 것을 보면, 정말 그림을 잘 그리고 또한 감각적으로 영리하게 사용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야기가 심화 되면서는, 여느 댓글과 마찬가지로, 이 이야기가 단순화된 그림이 아니라 실제 묘사하는 것처럼 그려졌으면 오히려 너무 무서워서? 아니면 공감이 안되어 집중이 안됬을 것 같다는 것에 공감 합니다. 이야기의 중심은 각자의 캐릭터들이 이끌어가는 생각의 연속이고, 다양한 구어체로 구성되어 있기에, 화려한 색이나 사실적인 묘사의 그림이었다면, 오히려 이야기에 집중할 수 없었을 것 같습니다.
4. 4컷 구성
정말 신선 합니다. 장편의 이야기이고, 모든 구성이 연속적으로 긴장감을 고조시키거나 유지해야 하는 스릴러 장르임에도, 4컷구성은 오히려 긴장감을 고조 시키는데 더욱 훌륭한 장치로 사용됩니다. 처음에는 약간 어색했지만, 장면 전환을 위해 배경 씬을 넣는다는지 하는 군더더기가 없다보니, 순식간에 수십번씩 변화하는 머리속 생각을 속도감있게 표현하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또한 다양한 생각의 파편들을 한데 모아 묘사하는 데에도 효과적입니다.
지속적으로 4컷 구성으로 이야기 하다가, 필요에 따라서는 1컷의 큰 그림으로 현 상황을 묘사 혹은 암시하는 마지막 컷이 도리어 큰 임팩트를 주는 형태가 됩니다. 친절하진 않지만, 분명 이야기의 중요한 부분이나 단서가 될 만한 장면을 나타내기에, 잘 이해가 안되는 경우 댓글에서는 치열한 토론이 벌어질 정도 입니다.
또한 각 4컷에는 소제목이 달려 있는데, 그 소제목을 엮어도 이야기가 될 것처럼 자연스럽거나, 혹은 그 소제목이 무슨 의미인지 4컷 구성을 더 곱씹게 하는 재미도 있습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꼬마비 작가의 웹툰은 모두 4컷구성으로 되어 있더군요. (혹시 아닌 작품이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5. 다양한 관점
제목의 모호함과 같이 최소한의 이야기 흐름을 위한 이야기만 언급되고, 불필요한 내용은 상세한 설명을 하지 않습니다. 장황하게 이어지는 독백 또한 필요에 따라 아예 없어지고, 그림으로만 설명이 됩니다. 이는 보는 독자로 하여금 본인의 생각과 관점에 따라 이야기를 이해하고 해석할 수 있도록 한 작가의 의도라고 생각 합니다.
제목 또한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습니다.
살인자 난감
살인자의 난감
살인 장난감
살인자 오 난감
살인자 영 난감
이 의도는 웹툰의 주제와 일맥상통 합니다. 결국 "당신의 정의란 무엇이며, 그 정의에 따라 살인 또한 용납될 수 있는가?", 과연 당신은 "살인을 하지 않고 정의를 실현할 수 있는가?", 혹은 "살인은 행하는 것은 반드시 정의에 위배되는 것인가?" 등등, 상당히 철학적인 고민들을 툭툭 던지듯 제시 합니다.
추천하는 장점만 나열했는데, 혹시 이런 분들에게는 취향에 맞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 만화에 설명글이 많은 게 싫은 분
- 단순한 그림체가 마음에 안드는 분
- 심각하거나 무거운 주제가 싫은 분
- 즐거움이 많은 개그물이나 일상툰 등을 선호하는 분
아마 이런 분들에게는 취향에 맞지 않는 선택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오래된 작품임에도 여전히 많은 분들이 읽고 있고, 저 또한 읽은지 오래됬음에도 내용이 선명하게 각인될 정도로 충격적인 작품이었기에, 시간적 여유가 되신다면 꼭 한 번 읽어보시길 추천 합니다.
아래는 yes24에서 게재한 작가 인터뷰 입니다. 내용 스포가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ch.yes24.com/Article/View/18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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